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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기숙사 보면 코로나 안 걸리는 게 이상"_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2021. 2.25
"이주노동자 기숙사 보면 코로나 안 걸리는 게 이상"
[인터뷰]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주노동자들 방역 사각지대... 미등록자 합법화 고민해야”
▲ 이정호 대한성공회 신부
"지금까지 신경 안 쓴 것 치고는 운이 좋았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이정호 대한성공회 신부는 남양주 진관산단의 한 플라스틱공장에서 일어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남양주 진관산단의 한 플라스틱 공장발 집단감염으로 인해 13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총 177명이 확진됐다. 이어 경기도 화성의 한 제조공장에서도 이주노동자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주노동자들의 추가 집단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의료적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질병이 있다고 해서 일을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닐뿐더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병원에도 가지 못한다. 코로나로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해도 병원에 가거나 선별 진료소를 찾아 검사받을 형편이 못되다보니, 방역대책이 이들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비좁은 건물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에 더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정호 신부는 남양주에서 30년 넘게 사제로 일하면서 마석가구단지 등 주변 공장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에 힘써왔다. 남양주시 외국인 복지센터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성공회 산하 이주민연대 샬롬의 집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이 잘 살아야 한국인이 잘 산다"라고 줄곧 강조해왔고, 코로나 이슈에서도 이 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이 신부는 "이주노동자 250만 명 시대이고, 그 사람들이 없으면 한국 산업이 멈춘다"라며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포용정책을 펼쳐서 이주노동자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방역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주노동자 방역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데... 사실상 방치"
▲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대동프라스틱 공장에서 직원 10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가운데, 17일 오후 공장 부근에 설치된 임시진료소에서 공단 입주업체 직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장 직원 대부분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조차 못 구해서 신부님께서 직접 나눠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스크 대란이었다. (미등록) 외국인들은 공적 마스크를 사지도 못했다. 그래서 직접 마스크를 구해서 나눠줘야겠다고 움직이니까, 그제야 다른 곳에서 손소독제 등 방역용품이나 식료품을 보내줬다. 그래서 방역용품 얻어온 김에 모스크(무슬림 예배장소)나 개인 숙소 소독이나 청소도 해줬다.
물론 개인이 하는 일이니까 한계가 있었다. 방역의 측면에서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감염이 되면 큰일나겠다는 걱정이 항상 있었다. 이주노동자 집단 거주하는 곳은 명백히 '사각지대'니까. 공장이 3000개인데 반 이상이 한 군데에 밀집해 있다. 한 군데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으면, 어떤 사람들은 "한국인들도 마스크가 모자른데 무슨 짓 하는거냐"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저 사람(이주노동자)'들은 우리와 상관 없다' 생각하지만, 그들이 걸리면 우리도 걸린다. 이런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보건소나 남양주시를 찾아 뵙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
- 남양주 산단 집단감염 원인은 무엇인가. 방역당국은 지표환자 발생 전부터 이미 노동자들 사이에서 증상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감염경로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뜻인데.
"이번에 집단감염이 일어난 공장은 1~2층에서 일을 하고 3층에 올라가서 생활을 하는 기숙사 구조였다. 100명이 넘게 살고, 화장실이나 주방시설 등을 같이 써야 하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주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용주에 의해 출입을 통제 받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끼리만 있을 때는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비교적 출입이 자유롭고, 이주민과 한국인이 뒤섞여서 일하니까 원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 정부나 업체 측에서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야하나.
"이주노동자들에게 '(회사에서) 방역을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물어보면 '그냥 살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한국인들은 병원 접근성이 좋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들은 아프다고 해도 고용주가 '견뎌봐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아프다는 이유로 쉬기도 어렵다. 하물며 미등록 노동자들은 아예 병원에 못 간다.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검사는 물론이고 열체크도 수시로 필요하지만, 그런 조치는 없었다. 집단감염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정부 브리핑이나 지상파 뉴스든 외국인을 위한 방역 대책을 소개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뭘 보고 방역수칙을 숙지할 수 있겠나. 한국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에게도 코로나19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줬어야 한다.
지금은 공단에 있는 한국인들까지 전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미리 진단키트라도 대량 구비해서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에 비치를 하고, 검사를 쉽게 할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겠나. 지금까지 신경 안 쓴 것 치고는 운이 좋았다. 종교인으로서 하나님이 도우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만 더 높아진 것 같다."
"한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 방역 위해서라도 합법화 필요"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대책이 무엇일까?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40만 명 정도 있는데, 지금도 '진료를 받아라' '검사를 받아라'해도 그들 중에 10%도 나와서 검사를 받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잘못 되어 한국을 떠나게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어떤 형태로든 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에는 고용허가제 통해 들어왔다가도 시간이 지나 '불법(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십수년 이상 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많다.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경제 구조를 위해서 헌신해 온 이들 아닌가."
-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소리를 하는데, 택도 없는 소리다. 이주민이 잘 살아야 한국인이 잘살 수 있다.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마석가구단지에 있는 30년 동안, 그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 들어갈 때마다 눈물밖에 안 났다. 이렇게 사람을 살게 해놓고 코로나가 안 걸리길 바라는 것은 요행이나 다름 없다. 더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선제적 검사 등을 진행하려면 단속을 고민할게 아니라 적극적인 합법화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이주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 고용주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어쩔 수 없이 구하는 경우도 많은 이유다. 영세한 공장의 경우에는 2:8, 3:7 정도로 미등록자 고용 비율이 높은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없으면 산업이 멈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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